본문 바로가기
  • 오롯이 성장하는 사람
책이라는우주/인문학과 문학

그저좋은사람 [줌파라히리]

by 굿에디터 2017. 12. 9.
반응형



그저좋은사람  l  줌파라히리


모니카가 태어나고부터, 함께 시간을 보낼 궁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각자 혼자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지 않았던가? 

쉬는 날 아내가 아이들을 볼 동안 그는 공원에 가서 조깅을 했고, 또 거꾸로 아내가 서점에 가거나 네일 살롱에 갈 수 있도록 그가 아이들을 보았다.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혼자 있는 그 순간을 그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오죽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혼자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그저좋은사람, 140p


[그저좋은사람]에 수록되어있는 [지옥-천국]이란 단편작품을 우연히 듣게되었다.[각주:1]

줌파라히리 작품은 '빨간책방'에서도 [축복받은 집]을 소개했기때문에, 그리고 [지옥-천국]의 엔딩이 애잔하면서도 뇌리에 잔잔히 남았기에 줌파라히리의 작품은 앞으로 몇편 더 접할 것 같다.

아무래도 소설은 작가를 따라 독서여정을 하게 되기에.


줌파라히리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소설 [축복받은 집]이란 처녀작으로 펜/헤밍웨이 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전세계적으로는 천오백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저좋은사랑]은 2008년에 발표한 두번째 단편집인데 역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듯 하다.


여자로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삶을 살다보면 쓸쓸한 순간들을 지나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주변의 마음들은 변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나로서, 어떻게 중심을 갖고 살아가게 될까. 


엄마는 데보라에게 그녀를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십 년 전에 자신이 느꼈던 질투에 대해선 끝내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일이 안됐고 가족에게 정말 슬프고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프라납 삼촌의 결혼식 뒤 몇 주 후 있었던 일을 엄마는 데보라에게 말하지 않았다. 

내가 걸스카우트 미팅에 가고 아빠가 일하러 가셨을 때 엄마는 서랍과 양철통에 튼 옷핀을 모두 모았다.

팔찌에 끼워놓았떤 옷핀까지 더했다.

옷핀을 충분히 모은 후 엄마는 입고 있던 사리에 하나씩 채웠다.

앞핀과 그 뒤에 있는 옷감을 겹마다 이어 옷핀을 채워 입은 옷을 벗길 수 없도록 했다.

그러곤 점화용액 한 통과 부엌에서 쓰는 성냥 한 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쌀쌀한 뒤뜰엔 치우지 않은 나뭇잎이 잔뜩 쌓여 있었다.

엄마는 사리 위에 무릎까지 오는 라일락 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있었고, 이웃의 눈엔 잠깐 바람을 쐬로 나온 것처럼 보였다.

엄마는 코트 깃을 열고 점화용액 통의 뚜껑을 열어 용액을 몸에 부은 후 다시 단추를 채우고 벨트를 조였다.

그리고 집 뒤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가서 용액을 버린 후 뒤뜰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코트 주머니 속엔 성냥 한 갑이 들어 있었다.

거의 한 시간이 되도록 엄마는 거기 서서 집을 쳐다보며 성냥불을 그을 용기를 내고 있었다.

엄마를 살린 건 나도, 아빠도 아니었다.

엄마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던, 옆집에 사는 홀콤 부인이었다.

그날 뒤뜰에 낙엽을 치우러 나왔다가 엄마를 보고 노을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을 걸었다.

그러곤 "이제 한참을 보였지요"했다. 엄마는 그 말에 수긍했고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 일찍 아빠와 내가 집에 왔을때 엄마는 부엌에서 여느 날처럼 저녁밥을 짓고 있었다.

엄마는 데보라에게 이런말은 하지 않았다.

엄마가 이 얘기를 한 것은 내가 결혼하려던 남자와 헤어진 후 실연의 상처를 견디고 있을 때였다.


그저좋은사람 [지옥-천국] 엔딩





  1. 오디오북으로 들은 것이라 '들었다;라고 표현 [본문으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