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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다자이오사무]

by 굿에디터 201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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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l  다자이오사무

인간 실격
국내도서
저자 : 다자이 오사무 / 김춘미역
출판 : 민음사 2004.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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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쓸쓸한 소설이었다. 

민음사 표지, 에곤쉴레의 자화상이 소설의 내용과 닮아 마음에 들었고 책 두께도 두껍지 않아서 책 자체를 소장하고 있다.  살면서 본 영화중 손가락에 꼽는 어두운영화 이와이슌지 [릴리슈슈의 모든것]을 닮았다. 그정도로 어둡고 외로움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 같은 소설이랄까.

이 소설은 인간의 내성적인 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을 테지만 구지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인간 자체의 두려움이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왜 그렇게나 공감가는 문구가 많았던 걸까.


인간을 너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요괴를 자기 눈으로 확실히 보기를 바라는 심리. 

신경이 날카롭고 쉽게 겁먹는 사람일수록 폭풍우가 더 강하게 물아치기를 바라는 심리. 

아아. 

이 일군의 화가들은 인간이라는 도깨비에게 상처 입고 위협받다 끝내는 환영을 믿게 되었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요괴를 본 것입니다. 

저는 뭔가를 사고 나서 돈을 건넬 때면, 인색해서가 아니라 너무 긴장하고 너무 부끄럽고 너무 불안하고 너무 두려워서 어찔어찔 현기증이 나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거의 반쯤 미친 것처럼 되어, 값을 깎기는 커녕 거스름돈 받는 것을 잊어버릴뿐더러 산 물건을 갖고 오는 것을 잊은 적도 종종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도저히 혼자서는 도쿄 거리를 다닐 수가 없었고 그래서 어쩔수 없이 온종일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보내던 그런 속사정도 있었던 것입니다.  

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그리하여 그 다음 날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어제와 똑같은 관계를 따르면 된다.

즉 거칠고 큰 기쁨을 피하기만 한다면, 자연히 큰 슬픔 또한 찾아오지 않는다.

앞길을 막는 방해꾼 돌을 두꺼비는 돌아서 지나간다.

선악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아. 인간이 멋대로 만들어낸 도덕이란 것을 말로 표현한거지.

의심이 의심을 낳았습니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추궁할 용기는 없어서 예의 불안과 공포에 몸부림치며 소주를 마시고 취해서는 기껏 비굴한 유도심문 같은것을 쭈뻣쭈뼛 시도해보고 어리석게도 속으로는 일희일비 하면서 겉으로는 공연히 익살을 떨고...

이제 저는 죄인은커녕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니요, 저는 결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적은 없었습니다. 아아 그렇지만 광인들은 대게 그렇게들 만한다고 합니다. 즉 이 병원에 들어온 자는 미친 자, 들어오지 않은 자는 정상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지요.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쓸쓸할때 쓸쓸한 얼굴을 하는 것은 위선자가 하는 짓일세. 쓸쓸하다는 것을 남이 알아줬으면 하고 일부러 표정을 꾸미는 것일 뿐이야. 


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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