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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우주/인문학과 문학

[사랑의 기초] 정이현

by 굿에디터 201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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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연인들 ㅣ 정이현 ㅣ 톨

 


사랑이 아닌 연애

정이현 소설은 들뜬 상상을 필요로 하지않고 무던히 읽히는 책이라 좋다. 더욱이 중요한건 소설이라 하기엔 조미료 하나가 빠진듯한 맛없는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 군데군데에서 공감을 끄집어내보이겠다는 다짐을 한듯 <사랑의 기초> 또한 정이현스러운 것 같다. 진짜 사랑을 다룬게 아니라 진짜 연애를 다룬 이야기! 랑과 연애의 공존함이 이토록 어려운지 알아버린 현재, 보편적인 연애란것에 아무리 쥐고 쥐어도 힘이들어가지않는 허무함을 느끼며.




다 잊었대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는 일이 있다




세상 밖으로 사라질 수 없다면 언젠간 눈물을 그치고 고개를 들어야 했다.





그녀는 휴대전화의 전원 버튼을 눌러 껐다. 하루만에 전화기를 켰을때, 그녀의 인생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다시 소소한 하나의 연극이 막을 내렸을 뿐이다. 





외롭다는 감정과 심심하다는 감정이 어떻게 다른지 사람들은 정확히 구별해낼 수 있을까 간혹 궁금해졌다.





그들은 말하고 또 말했다. 사랑할 사람을 찾아 헤매었던 유일한 이유가 미치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였다는 듯.





'나'도 있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도 실망시키지 않는 삶. 어딘가에는 그런 삶을 사는 여자도 있겠지. 엄마처럼 평생을 종종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엄마만큼 평범하게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다 잊었대도,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는 일이 있다. 





남은 생 동안 그녀 역시 여러 이별들 앞에 놓일 것이고, 맞서거나 순응하거나 속죄할 것이고, 그 순간들 사이에서 움직이며 살아갈 것이다. 단단한 바위틈을 뚫고 샘물이 고이듯 비밀스러운 용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긴 한 덩이 밀가루 반죽처럼 막연하던 상상이,느닷없던 충동적인 발화를 통해 세상에 던져진 뒤 빠르게 구체적인 형상을 갖추어가는 모습을 민아는 얼마간의 두려움과 얼마간의 안도감으로 지켜봤다. 다행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와주지 않았다면 어떤 것으로부터도 결코 벗어나지 못했을 테니까.





눈물은 오래지않나 마를 것이고 그들은 머지않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것이다. 다시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길 반복하다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다른 곳에서 발생해 잠시 겹쳐졌던 두 개의 포물선은 이제 다시 제각각의 완만한 곳선을 그려갈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서 포개졌던 한순간이 기적이 아니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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