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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쿤데라]

by 굿에디터 201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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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ㅣ 밀란쿤데라 ㅣ 민음사 



무의미를 말한다는 것


밀란쿤데라 작품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후로 두번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손에 꼽는,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이다. 그걸 읽을 당시 나는 테레자쪽에 애정이 갔기때문에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에 더 치중되었던듯하다. 왜냐하면,, 가벼움과 무의미, 농담등을 다루는 이 무의미의 축제가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기 때문. 빨간책방에서 이동진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는 밀란쿤데라작품은 서로 제목을 바꿔놓아도 별 무리없을 정도로 밀란쿤데라가 전하는 강렬한 하나의 메세지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밀란쿤데라의 전작들보다 먼저 우디앨런 영화 [환상의 그대]가 떠올랐다. 아직 내가 젊은 나이라서 그런걸까?

무의미라는 말이 소설 중반부 이상까지 불편했다. 노장의 작가와 영화감독이 말하는 무의미를 이해하기엔 내가 아직 한참 어리지않나 생각도 했고. 하지만 후반부에서 아,,이건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기억되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 살면서 점점 이 무의미를 이해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

2.

"다르델로, 오래전부터 말해 주고 싶은게 하나 있었어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죠.

그 당시에 나는 무엇보다 당신과 여자들의 관계를 생각했어요.

당신에게 카클리크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죠. 아주 친한 친구인데.

당신은 몰라요. 그래요. 넘어갑시다.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서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연,,, 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사과에 대한 견해


나는 구지 따져보자면 사과쟁이에 포함되는것 같다. 알랭이 말하는, 즉 사과를 한다는것은 내 잘못을 만천하에 고발한다는 의견에는 백프로 동의하면서도. 결국에 사과를 하는편이 마음이 편한 이 심리는 뭘까. 죄책감을 떨쳐버리는 일종의 방법같기도하고. 쌍방 과실이 있다해도. 내 과실이 더 적은 쪽에 속한다해도 먼저 사과하여 그 죄책감을 떨쳐버릴때도 있다. 상대가 날 무어라 생각하는 것 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듯. 그리고 잘못을 타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사람이 점점 싫어진다. 그것이 싫기때문에 더욱 나는 뒤집어 씌우면 안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있는것 같기도 하다.



1.

"아이고, 이 친구야, 너도 사과쟁이 부대에 속한다는 거네.

사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래 그렇지"


"그런데 착각이야. 사과를 하는 건 자기 잘못이라고 밝히는 거라고. 

그리고 자기 잘못이라고 밝힌다는 건 상대방이 너한테 계속 욕을 퍼붓고 네가 죽을 때까지 만천하에 너를 고발하라고 부추기는 거야. 이게 바로 먼저 사과하는 것의 치명적인 결과야."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사과쟁이들] 58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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