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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by 굿에디터 2015.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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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ㅣ 김연수 ㅣ 문학동네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기준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을 읽고 문득 내 다이어리를 뒤적거리다가 눈이갔던 일기내용이 있었다. 내가 예전에 끄적여 놓았던 것인데. 퇴근길에 늘 타던 버스를 타고 가다가 버스 안에서 생긴 일이었다.

한 여자분이 기사 아저씨께 다가와서 말한다. "제가 시각장애인인데요, 내릴곳을 놓쳤어요. 벌써 이번만 네번짼데.". 아저씨는 좀전까지 뒤로 이동안하는 승객들때문에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던 분이셨고, 화를 아직 이기지 못한 상태에서 "잠시만요. 앞으로는 말하셔도되요! 옆사람한테라도. 휴.. 꼭 말하셔도되요." 하시더니 차를 멈추고 그 여자분을 인도까지 길을 안내해 데려다 주셨다. 그리고 그 여자분은 또박또박 힘차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여기서 내가 깨달은 바는 두가지였는데. 성깔있다고 생각했던 버스기사 아저씨는 장애인의 거동을 직접 도울정도의 좋은 마음씨를 지녔다는 것과, 그 시각장애인은 네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또박또박 자신의 길을 갔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누군가때문에 힘들었고 또한 실패를 맛본 상태로 꽤나 좌절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경험은 오래 기억되고, 그때 나는 내 자신이 한참이나 부끄러웠 던 것같다.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기준은 없다. 내가 아는건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평가하는것은 그건 꽤나 큰 각오를 필요로하고 깊이 생각해볼 일임을 깨닫는다. 


실패가 있더라도 행동하자. 순간의 힘듦이 싫어서 경험을 피한다면 난 늘 그자리에 머물뿐이다. 실패를 했다해도 또 무언가를 행한다면 나는 어떻든간에 한걸음 나아간것이다. 

 



지금까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니 고맙고,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한마디하자면,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로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오. 

-[벚꽃 새해] 중에서


-먼저 인내심을 기르자. 상상력을 발휘하자. 감각을 일깨우자. 매일매일 관찰하자. 우리의 말들을 전하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고, 너를 도울 수 있다는 그 말들을. 

-우리 모두 태호가 되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게 있을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그렇다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맺어주거나 내 안에 가득한 슬픔을 없애준다는 뜻은 아니니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그저 크고 크기만 한 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들리지 않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길, 잡히지 않는 손...

우주는 한없이 넓다고 했으니 어딘가에는 그런 것들로만 이뤄진 세계도 분명히 존재하리라. 

그런 곳에서는 보이는 길은 우리를 어디로도 데려가지 못하리니,

그런 곳에서는 모두들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소망하는 곳에 이르리라.

심지어 우리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만약 우리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길을 거도, 잡히지 않는 손을 잡을 수만 있다면.

-[깊은 밤, 기린의 말] 중에서


나는 내 영혼에게 말했다, 고요해라, 그리고 기다려라 희망 없이

희망이란 그릇된 것을 위한 희망일지니; 

기다려라 사랑없이 

사랑이란 그릇된 것을 위한 사랑일지니;

그럼에도 믿음은 있다.

그러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은 모두 기다림 안에 있다.

기다려라 생각 없이, 너는 아직 생각할 준비가 안 돼 있을지니;

그러므로 어둠은 빛이, 그리고 고요는 춤이 되리라.


함석지붕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중에서


인생을 한번만 더 살 수 있다면, 자기도 그 언니처럼,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사람처럼,

불어 노래도 부르고, 대학교 공부도하고

여러번 연애도 하고, 멀리 외국도 마음껏 여행하도 싶다는 말.

그 말


우리가 또 한번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엄마 역시 다시한번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렇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중에서


어쩌면 나의 연애 전체가 거대한 환상에 기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가 거대한 환상이었다면 그 연애의 종말이 낳은 고통역시 거대한 환상일 수 있었다.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중에서


우리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잠시 이렇게 안고 있을 테니까 조금 있다가 그냥 유치장으로 돌아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사람이 죽을 줄 몰랐다는 말도 하지 말고,

선생님 잘못했어요, 라고도 하지 말고.

하지만 그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입술 사이로 피식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동욱은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몸을 떨어대면서, 내 품으로 더 파고들면서,

입으로는 뭐라고, 뭐라고, 하지만 내 귀에는 그저 악악대는 비명으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 소리를 내며.

나는 그런 동욱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으면서도 안은 두 팔을 풀지도 못했다.


그 나이 때에는 조용하다는게 더 위험한거야. 

걔한테는 이제 모르고 살면 좋을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겠구나.

-[동욱] 중에서




문득 얼마 전에 책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까페로 가라.

되도록이면 자주 찾는 까페는 피하라.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서 고통스러울만큼 정직한 말을 써라.

다 쓰고 나면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려라.

그것으로 끝이다. 



난 편견이 좋은데. 그건 나를 자라게 하거든.

-[인구가 나다] 중에서


행복은 자주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고통은 우리 안에만 존재한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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