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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감성

[밀양] 이창동

by 굿에디터 2014.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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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ㅣ 감독 : 이창동 ㅣ 2007

출연: 전도연, 송강호



전도연의 연기




삶을 이해한 연기 같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는 전도연이 아니라 그냥 신애라는 사람 일생의 한 부분을 보는것 같았고 

영화가 끝나고 생각해보니 정말 연기를 잘한거더라.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생각들지 않을 정도로 '신애'라는 사람에게만 몰입됐다. 다른 누군가가 연기하는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신애라는 감정선을 따라가게되고 어떻게 이렇게나 보는 사람을 몰입시킬수 있을까 싶다. 정말 최고다. 막상 엄청난 일을 맞딱들이는 순간에는 모든 사고가 정지하는데 그 순간 인간이 짓게될 표정. 그걸 전도연 얼굴에서 본 것 같다.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누구에게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다리에 힘이풀리며 혼이 빠질 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결국 그 사건과 연관된 사람밖에 따를 수 없는 무기력함. 전도현이 유괴범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본 것 같다. 일은 터졌다. 내 가슴을 치게되는 그 애통함. 사람이 너무 슬프면 엉엉 소리를 내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게 아니라, 가슴을 치며 가푼 호흡소리, 가슴속 빠르게 썩어가고있는 그 뿌리깊은 곳에서부터 나는 절규의 소리가 난다. 전도연은 그걸 연기했는데. 그걸 어떻게 연기로 표현할 수 있을지..신기하다. 





상처


상처가 밖혀버렸다. 그걸 풀어낼 곳을 이리저리 찾아헤매며 더 썩은 구렁텅이로 빠지기도하고, 순간의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가, 결국 상처를 풀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각자 찾아가는것이 사람. 그리고 인생인 것 같다. 그것이 평생걸리더라도상처는 스스로 치유해야만 하는 것 같다. 





'밀양'은 전도연의 뒷모습에 관한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유괴사실을 알고서 누군가의 도움을 찾아 밤거리로 뛰어나갈 때 전도연의 뒷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 카메라는 이후 영화가 마음의 계곡을 저공비행할 때마다 그녀의 상처받은 등을 처연히 바라본다. 허세를 부리고 위엄을 가장하고 예의를 차리는 앞모습이 아니라, 부르르 떨리거나 초라하게 말리는 '위장할 수 없는 뒷모습'을 아프도록 생생하게 응시하는 영화인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 





종교




반기독교 영화로 읽어낸다면 지나치게 단선적인 이해라는 평, 이동진 평론가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인간은 살면서 상처를 받고 그 밖혀버린 상처를 치유하기위해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것 같다. 그게 종교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철학이든간에. 그러나 그런 의지할만한 그 무엇에 정착하기까지는 절규의 몸부림은 다 거쳐야하지 않을까. 결국은 내 일이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마음이기에 내 정신과 육체가 다른 어떠한것에 지배되는것은 어떤 수단이든 위험하다. 지배되는 것이아니라 그냥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을 뿐이다. 그리고 내 정신은 내 스스로가 지배하며 살아가야 온전히 강해질 수 있는 것 같다. 





혹시라도 '밀양'을 반기독교 영화로 읽어낸다면, 그건 지나치게 단선적인 이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영화엔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세심한 장치들까지 들어 있다. 용서조차 소유할 수 없고 절망만이 온전히 인간의 몫이 되는 삶에서, 인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저마다의 몸부림을 힘에 부치도록 겪어낸다. 

-이동진 평론가 







영화 




한 인간에게 찾아온 하나의 경험과 그로인해 쌓여가는 상처를 통해 생기는 감정선. 그것만을 2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아냈다는것이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신애'라는 한 여자의 감정선만 따라갈 수 있도록 그 외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부각시키지 않은 감독님께 감사하다.






또 다시 유괴 이야기냐고 지레 푸념하지 말것. 이 영화는 모든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제껏 한국영화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아예 외면한다면 모를까,일단 극장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당신은 이 어둡고 위엄있는 이야기의 마력에 사로잡혀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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